맞벌이 육아부담 덜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
CJ, SK 등 직장어린이집 경쟁률 최고 '30:1'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 없을 땐 '최대 2억' 과태료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엄마, 이따 끝나고 데리러 와!"
LG, SK, 아모레퍼시픽 등의 기자실에 있다보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질 때가 있습니다. 오전 8~9시가 되면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직장맘들이 어린 자녀들의 고사리 손을 잡고 와서는 어린이집 앞에서 아쉬운 인사를 나누기 때문이죠.
그나마 이렇게 직장 어린이집이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아이와 함께 출퇴근 할 수 없는(?) 대다수의 직장맘들은 아이들을 국공립이든 민간이든 어린이집에 맡겨야하니까요. 입주도우미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죠. 이 때문에 직장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죠. 지금 운영되는 직장어린이집들 경쟁률만 봐도 그 수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취재한 바로는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는 CJ였습니다. CJ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직장 어린이집 '키즈빌'을 운영합니다. 오후 3~4시에 하원시켜야하는 일반 어린이집과 달리 '우리 아이만 혼자 남았다'라는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되죠. 먹거리도 친환경, 건강식으로 챙기며 자체적으로 원어민 교육ㆍ체험학습도 진행해 서울 중구 어린이집 평가에서는 98.63점으로 최우수 시설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경쟁률도 높습니다. 매년 입학 경쟁률이 수십대 1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총 직원 2만8000명(계열사 포함) 중 여직원 비율이 40%에 달하지만 키즈빌이 있는 사옥은 서울 쌍림동과 상암동 등 단 두 곳으로 각각 100명, 39명만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1순위는 부모 모두 CJ직원일 경우, 2순위는 여직원, 3순위는 남직원 순이지만 3순위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밖에도 한화, 효성, 아모레퍼시픽, 현대중공업, 두산 등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어린이집이 없는 곳들이 태반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근로자 500인 이상 대기업은 의무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는 사업장은 1년 2회, 1회당 최대 1억원씩 연간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합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기업은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해야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장 내 어린이집이 없어도 직원에게 보육수당을 주면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쳐줬지만 올해부터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네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죠.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바로는 2014년 12월 기준 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기업 1204곳 중 52.8%만이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 계약한 곳은 7.7%, 수당지급은 14.5%였습니다. 나머지 25%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답니다.
올해는 얼마나 직장어린이집이 증가할지…기대해도 될까요?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