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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외동은 이기적이라고요?"

송고시간2019-0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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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 가구 증가추세…맞벌이는 절반이 외동

"이기적이다" vs "자존감 높다" 등 견해 엇갈려

"아이 성격은 형제 유무 아닌 부모 양육방식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작년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21만원으로 에어팟을 샀어요. 최근에 별로 안 친한 친구가 수업 듣는 동안 잠깐만 빌려달라기에 딱 잘라 거절했더니 '네가 외동이라 이기적인가보다'라고 해서 정말 황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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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아들인 대학생 김 모(24) 씨는 자신이 평소 마주하는 편견에 대해 토로했다. 김 씨는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외동은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외로울 것'같다며 안쓰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매번 그런 소리를 들으니 적잖게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 씨 주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지난 2015년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출산 장려 포스터로 선정한 작품이 논란에 휩싸였다. 포스터에는 "하나는 부족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외동아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다"라는 글귀가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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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자녀가 한 명인 가구는 증가 추세다. 외동아이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결혼한 부부에게 아이가 없으면 아이를 낳으라 하고, 아이가 하나 있으면 하나 더 낳으라고 권하는 일은 빈번하다. 이런 제안의 이면에는 외동아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 맞벌이 가구, 한 자녀 비율 49.4%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정 모(33) 씨는 형제가 없는 외동딸이다. 정 씨는 초등학교 시절 주변 어른들로부터 "엄마한테 동생 하나 낳아달라고 해라"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들었다.

정 씨는 "엄마가 나를 낳다가 돌아가실뻔해서 가족들 사이에서도 동생 이야기는 금기시됐는데, 사정을 모르는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해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며 "형제가 없어 외롭거나 쓸쓸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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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일·가정 양립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이하 자녀가 1명인 가구의 비율은 2017년 39.4%(214만1천 가구)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자녀가 2명인 경우는 50.1%(272만3천 가구)로 0.6%포인트 줄어들었다.

맞벌이 가정에서 한 자녀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2017년 기준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545만6천 가구로 유(有)배우자 가구 중 44.6%를 차지했다. 자녀 수별로는 자녀가 1명인 경우가 49.4%로 가장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맞벌이 가정에서 한 자녀 현상이 뚜렷해지는 이유에 대해 자녀양육 문제, 교육 문제, 경제적 문제, 본인의 경력 관리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이를 덜 낳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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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정 모(33) 씨는 최근 음식점에서 밥을 먹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그는 "옆 테이블에 있던 중년 부부가 '애가 하나라고? 애가 성인이 되면 형제 안 낳아줬다고 부모를 원망한다'며 젊을 때 한명이라도 더 낳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 씨는 "아이가 두 명이 되는 순간부터 직장을 그만두는 여자 선배들을 많이 봤다"며 "가족계획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데 이를 간섭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 "외동은 이기적이고 우울해"

다른 나라에서도 외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만연하다. 19세기 심리학자인 유진 버해넌은 부모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자란 외동아이가 지나치게 예민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어린이 심리학자인 스탠리 홀은 외동아이가 "질병 자체"라고 말하기도 했다.

30년간 교육 상담을 해온 일본의 모로토미 요시히코 메이지대 교수는 책 '외동아이 키울 때 꼭 알아야 할 것'에서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는 형제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없는 특유의 고민이 있다고 말한다. 외동아이라서 독선적이고 나약하고 경쟁심이 없을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형제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죄의식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두 명의 자녀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부는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행태 변화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현실에서 맞벌이 부부의 실제 출생아 수는 1.75명에 그쳤지만, 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소황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소황제는 1979년 덩샤오핑이 만든 1가구 1자녀 정책과 남아선호가 빚은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호주 모나시대학은 지난 2013년 부모와 조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소황제가 장성하면 이기적이고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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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나 자매가 없는 사람이 우울함이나 자살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울 증상이 없는 그룹에서 외동 비율은 12.8%였지만 우울 증상이 있는 그룹에선 외동 비율이 20.4%로 두배 가까이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팀이 중고생 6만8천43명을 분석한 결과다.

◇ "외동에 대한 고정관념 근거 없어"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형제의 유무가 개인의 사회성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성격은 외동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부모의 양육방식, 유전 등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모로토미 요시히코 메이지대 교수는 외동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외동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독점하기 때문에 형제가 있는 아이 이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 있다"며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어려움이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력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동아이를 긍정적으로 키우는 육아의 비결은 우선 부모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이 가지고 있는 외동아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이와 스킨십을 하고 사랑이 담긴 긍정적인 말로 자존감을 길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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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연구팀이 100개 학교의 7~12학년생 1만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동들의 친구 관계가 형제자매를 둔 학생들만큼 원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사회성을 개발할 수많은 기회를 접하기 때문이라고 보비트 체허 교수는 설명했다.

케임브리지대학 가족연구소센터 부회장이자 발달 심리학 교수인 클레어 휴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형제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며 "형제가 있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기자로 활동한 로렌 샌들러는 책 '똑똑한 부모는 하나만 낳는다'에서 "500건이 넘는 연구가 외동에 대한 편견은 모두 고정관념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며 "부부가 아이를 한명만 낳고 더는 갖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부부의 선택일뿐이다"고 덧붙였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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