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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은 뒤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 있을까

송고시간2018-10-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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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자 출신 기고가 잰시 던 저서…전문가들 조언 담아

엄마와 아기
엄마와 아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아기를 낳은 후에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 많은 여성이 귀가 솔깃해질 만한 문구다. 아기를 낳고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여성들이 때때로 또는 지속해서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자꾸 미워지고 남편의 작은 행동에도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태 말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잡지 '롤링 스톤'에서 기자로 14년간 일한 잰시 던 역시 딸아이를 낳은 뒤 프리랜서 기고가로 일하며 육아와 집안일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하게 됐다. 그녀는 그럴수록 남편에게 화를 더 자주 내는 자신을 의식하며, 이런 부부 관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쓰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아기를 낳은 뒤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How Not to Hate Your Husband After Kids)(두시의나무 펴냄)

저자는 아이를 낳기 전 남편과 10년 가까이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역시 글 쓰는 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살며 여가에는 함께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곤 했다. 부부는 서로 깊이 사랑한다고 느꼈다. 그러나 아이를 갖게 되며 달라졌다. 저자는 임신 6개월에 친구들과 식사를 하면서 출산과 육아 준비에 필요한 여러 조언을 들었는데, 당시 이런 얘기도 듣는다. "아, 맞다. 남편이 싫어질 테니까 그것도 준비해." 그 말은 틀렸다고 대답하자 친구들은 "코웃음 치지 않으려고 애써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기를 낳은 뒤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 있을까 - 2

출산 직후 저자는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인정해야 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과 처음으로 소리를 질러가며 싸운다. 아기에게 모유를 수유하던 중 기저귀 쓰레기통 봉투가 부풀어 오른 것을 보고 남편에게 비워달라고 하는데, 남편이 "잠깐만"이라고 하며 컴퓨터로 체스 두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험한 욕설을 쏟아낸다.

이후 아이가 6살이 될 때까지 부부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저자는 점점 아이 앞에서 화를 내고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이 교육상 좋지 않겠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또 주위 사람들과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기를 낳은 뒤 남편을 미워하게 되는 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부부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임을 알게 된다.

이에 저자는 자신이 경험이 많고 잘 할 수 있는 일인 '취재'를 해보기로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 해결 방법이 있는지를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기록하는 것이다. 저자는 가족치료 권위자, 육아 전문가, 심리학자, 정리 전문가, 생물인류학자, 전업주부 아빠 블로거, FBI 위기협상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주변의 다른 부모들과 서로의 사연을 교환하고 수많은 책을 뒤졌다.

'게으른 남편'의 저자인 심리학자 조슈아 콜먼은 이렇게 조언한다.

"남편에게 이것을 해줄 테니 집안일을 좀 더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일을 해주면 내 기분도 훨씬 좋아질 것 같다고 말하세요. '해주겠다'는 표현은 그것이 남편이 당연히 누리는 일이 아닌, 당신이 베푸는 호의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 주죠."

집안일 분담에 관해 침착하게, 구체적으로, 사무적으로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애정을 담되 확고하게'를 주문으로 삼으면 좋다. 콜먼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의 참여를 수월하게 단언할수록 남성은 협조적으로 나온다. 남성의 참여가 기정사실이며 단지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주저하거나 무엇을 원하는지 모호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면 스스로 배우자의 선의에 휘둘리게 된다."

이 책은 사실 제목처럼 어떤 똑 부러진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부부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여성들이 취할 수 있는 대화법이나 전략을 소개해준다. 이렇게 매 순간 남편에게 뭔가를 상기시키고 전략적으로 행동을 끌어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남편들에게 집안일 분담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더욱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결국 아이가 자란 뒤 남는 것은 부부 관계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힘이 들고 시간이 걸려도 서로 노력과 집중, 끊임없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그녀의 남편은 지금 훌륭한 조력자가 됐다고 한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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